생활을 바꿨더니 암이 도망가더라"

증상별

생활을 바꿨더니 암이 도망가더라"

비웰 2009. 3. 28. 23:43
생활을 바꿨더니 암이 도망가더라"

뇌암 이겨낸 의학자의 '체험조언'

채식·운동은 '암백신'
기존치료와 병행 필수

피츠버그대의 자부심 강한 젊은 과학자이자 미국 정신의학계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데이빗 서번-슈라이버(David Servan-Shreiber) 박사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뇌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돕던 학생 중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직접 MRI로 자신의 뇌를 촬영한 결과 뇌종양이 발견됐다. 그때 나이 31세였다.

자연과학을 신봉한 그는 소위 '자연의학'을 믿지 않았다. 그가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이나 운동 아니면 무엇을 하면 좋은지 추천해달라고 하자 담당의사는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도 좋다고 답했다.

수술을 받은 후, 그는 예전의 생활습관을 되풀이했다. 콜라·칠리·베이글을 양손에 들고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운동도 그만뒀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암이 재발했다. 그는 또 한 번의 수술 외에 1년간 화학치료를 받았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그러나 우선 과학자로서 연구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식단·운동·마음가짐이 우리 몸의 치유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이어서 '항암: 새로운 생활방법(Anticancer: A New Way of Life)'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불어로 출간된 이 책은 유럽과 퀘벡(그는 라발대 의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최근에는 영문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쓴 '암극복 가이드'로, 면역력을 높이고 암세포 성장을 막는 항암생태학에 입각한 분석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최초로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실천했으면 좋았을 여러 가지 방법들을 묶어놓은 것이다.

그는 자연치료법이 환자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종양학자들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우려는 의사들의 자유로운 치료를 방해한다. 전통적 방법만을 고수하는 것은 삶에 대한 환자들의 희망을 앗아간다"고 경고했다.

7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올 47세의 서번-슈라이버 박사는 이미 북미에서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그의 저서 '항암: 새로운 생활방법'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토론토를 방문했다.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브로콜리 등 다양한 야채를 섭취하고 녹차(green tea)를 마시라는 등 우리가 익히 듣던 부분도 있지만 양념의 일종인 심황의 뿌리(turmeric: 카레원료)를 마음껏 사용하라는 조언처럼 생소한 것들도 있다. 그는 지방이 많은 붉은 살코기나 정제설탕과 같이 발암위험을 높이는 음식을 줄일 것을 권장한다. 이는 식단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하면 암을 피할 수 있다는 세계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의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암연구기금은 "식생활 방식을 바꾸고 운동을 하면 서구사회의 대다수 암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2007년 밝힌 바 있다. "전형적인 식단에서 얻는 칼로리의 약 60%는 정제설탕, 밀가루, 오메가-6(지방산)에서 얻어지는데 이들 3가지는 특정질환과 연관돼있다"고 서번-슈라이버 박사는 말한다.

지난 50년 동안 서구의 암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몇 종류의 암의 경우에는 특히 급격하게 늘었다. 단적인 예로 캐나다 성인남자의 전립선암과 비호지킨스 임파종(Non-Hodgkin Lymphoma) 발병률은 1971년에서 2000년 사이 배로 늘어났다.

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의 발병률은 서구가 아시아보다 7∼60배나 높다. 하지만 하와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중국계나 일본계를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들도 식단이 바뀌면 발암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이 문제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들은 키보드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우리의 몸을 연주한다”고 서번-슈라이버 박사는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암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 25%만이 암에 걸린다. 부모가 병이나 잘못된 습관으로 죽은 어린이들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암으로 인한 사망의 15%가 유전자와 관련돼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좋은 습관은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경호르몬이 없는 건강한 식단은 다른 세포를 공격하고 종양을 키우는 세포염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종양을 유발하는 혈관의 성장을 막는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분노 또한 발암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서번-슈라이버는 그가 제안한 치료법이 기존의 암 치료법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전통적인 암 치료법이 완치를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암 치료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과학계는 생활방식 개선으로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때문에 환자에게 추천해줄 만한 증명된 자연치료법은 존재하지 않거니와 브로콜리, 조깅, 명상의 항암효과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방차원의 연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캐나다암협회(Canadian Cancer Society)의 연구자금 중 3%만이 예방을 목적으로 쓰여진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담배·비만의 부작용이나 운동의 효과 등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암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약물·수술·방사선요법을 환자들에게 제안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브로콜리가 암 치료에 좋다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백희경 인턴기자)